앞서 잠재의식의 정신적 기능에 대해 살펴 보았다. 시시각각 들어오는 막대한 양의 정보를 정리해서 사고기능의 분야에 넘겨주기도 하며, 직접 기억을 건드려 정보들을 취합하기도 한다. 또 위급 상황이 생기면 경보를 울려 나를 보호하며, 정말 위급한 상황에서는 독자적으로 나를 보호하기 위해 작동하기도 한다. 게다가 내 성격과 기억, 추억과 경험들을 관리하며 나를 위해 언제나 최선의 길을 선택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 얼마나 눈물겨운 충성이란 말인가? 이런 충성을 우리의 잠재의식은 24시간, 365일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단 1분도 쉬지 않고 하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자기 자신을 위해 봉사하는 잠재의식에게 고마워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아니 오히려, 자신의 잠재의식을 무시하고, 상처주며 때리며 학대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 조금이라도 은헤를 아는 사람이라면 그러면 안될 것이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며, 자신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다.
잠재의식은 육체적 기능에도 관여를 한다. 예를 들어, 사람들 많은 곳에 서면 나도 모르게 얼굴이 빨개진다거나, 무서우면 저절로 식은땀이 난다거나, 긴장되면 몸이 오들오들 떤다거나, 흥분하면 호흡이 거칠어진다거나 하는 것은 잠재의식이 우리의 신체기능을 통제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사례들이다. (앞서도 설명했지만 잠재의식이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은 그 상황에서 최선의 길이라 믿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 앞에서 긴장을 해서, 멋진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잠재의식이 판단한다면 아드레날린이 분비되고, 심장 맥박수가 빨라지며, 얼굴이 붉어지는 것이다. 지나친 긴장이 오히려 멋진 모습을 망친다고 의식이 아무리 경고를 주어도, 우리의 잠재의식은 앞서 말한 대로 논리적이지 않고, 본능적이기 때문에 그러한 의식의 경고를 무시하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의 경우에는 잠재의식의 훈련을 통해 소화기관의 움직임을 통제할 수도 있고, 심장 박동수를 조절할 수도 있으며, 땀 분비 마저도 컨트롤 할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심지어는 일반 창고에 가둬놓은 사형수에게 "당신이 갇힌 곳은 냉동창고야"라는 암시를 주었더니, 심장이 얼어서 사망했다는 연구결과를 말하며, 잠재의식의 놀라운 힘에 대해 역설한다. 최면의 암시기법으로 시력이 좋아졌다는 의학 논문과 키가 커졌다는 연구 결과도 권위있는 의학 학술지에 기재되기도 한다. 어렵게 학술논문을 뒤적일 것도 없이, 정신을 집중해서 초인적인 능력을 발휘했다는 사실은 주위에서도 흔히 찾아 볼 수 있는 사례다.
그러나 이처럼 정신이 사람의 맥박수를 조절하고, 땀분비를 조절하며, 내장 기관의 움직임을 통제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아직 과학적으로 공식화되지 않은 소수의 이론이다. 많은 학자들이 잠재의식의 능력으로 이러한 일들이 가능하다고 연구 결과를 내 놓고 있지만, 아직은 교과서에 나오는 이론은 아니다. 잠재의식이 자율신경계를 조절해서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을 통제할 수 있다는 추측은 무수히 많지만, 그것들이 어떻게 가능한지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심장을 얼게하고, 키가 크게 하고, 시력이 좋아진다는 의견들 역시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러기에 이러한 정신적 힘에 대한 판단은 전적으로 이 글을 읽는 개인의 몫으로 남겨두기로 하겠다. 마찬가지로 이 사이트에서도 공식적인 이론 이상의 것들에 대해 언급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묘사와 정보의 전달에는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을 것이다.
잠재의식이 육체에 미치는 다른 사례도 있다. 전방에서 군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군인들의 정신자세와 감기와는 무척 높은 상관 관계가 있다. 영하 수십도가 내려가는 최전방 산 속에서 한겨울에 웃통 벗고 훈련을 받아야 하는 혹한기 훈련에는 감기환자가 적은 반면, 따뜻한 내무반 생활을 하는 훈련 복귀 전후에는 오히려 감기 환자가 증가하는 것 역시, 정신과 육체와의 높은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증거라 할 수 있다. (전방에서 혹한기를 받아본 사람이라면 이것 만큼 머리에 쑉쏙 들어오는 강력한 사례는 없을 것이다.) 비슷한 예로, 정신력이 약한 사람이나, 마음의 상처를 받은 사람들은 잦은 병치레를 경험하며, 약한 병도 크게 앓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의학적으로 설명이 가능한 경우다. 정신은 인간의 면역능력에 강하게 작용을 한다.(Omstein & Sobel, 1987) 약한 정신이나 손상된 정신은 자율신경계에 손상을 주기 때문이다. 자율신경계의 손상은 암, 심장병, 고혈압, 당료병, 류마티스와 같은 병을 유발시킨다. 어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병원을 찾는 환자들의 50-70%는 이렇게 정신적인 곳에서 시작한 병 때문이라는 결과도 있다. (Pelletier, 1977)
질병과 정신과의 관계, 또는 육체와 정신과의 관계를 과학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일반적인 사례를 꼽으라면 그것은 스트레스에 관한 이야기일 것이다.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라고 한다. 스트레스가 몸의 저항력을 떨어뜨리며, 병원균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력을 약화시킨다는 것은 일반적인 상식이다. 스트레스는 정신에서 비롯되는 질병이다. 스트레스를 감지하고 느끼는 부분은 인간의 정신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어떠한 정신상태를 가지고 있느냐와 어떻게 정신상태가 변화하는가에 따라 우리의 몸은 스트레스에 반응하기도, 또 그렇지 않기도 하는 것이다. (스트레스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아래 박스의 내용을 참조하면 된다.)
인간의 잠재의식은 육체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정신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근육부터 자율신경계, 면역기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육체를 컨트롤하고 있다. 인간의 육체를 강하게 하기 위해서는 정신부터 강화시켜야 한다는 말이다.
일체(一切)는 유심조(唯心造)요, 만법(萬法)은 유식(唯識)이로다. "마음에 생기게 하면 모든 것이 생기고, 마음에서 그것을 없애면 모든 것이 없어진다. 모든 일은 마음이 만들고 마음에 따라 생긴다"라는 옛말이 그른게 없어 보인다.
스트레스
우리는 살아가면서 결혼이나 승진 같은 좋은 일, 또 가족의 죽음이나 실직 같은 궂은 일을 겪으면서 살게 된다. 이런 일들을 겪게 되면 우리의 신체는 자동적으로 즉각적인 반응을 나타나게 된다. 스트레스란 이러한 신체 반응을 일컫는 말이다.
정의는 신체적인 적응을 필요로 하는 위험이나 사건 등 여러 변화에 따른 신체의 비특이적인 반응이라고 할 수 있다
원인이 되는 어떤 사건을 흔히 스트레스라고 이야기하는데 이는 스트레스를 야기하는 유발인자(stressor)이다. 이런 유발인자는 단지 결혼이나 승진 같은 구체적인 사건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의 마음 속에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욕심이 많아 스케쥴을 과도하게 잡아 이를 완벽하게 해내려고 밤잠을 설친다면 엄청난 스트레스 반응을 보이게 되는 것이다. 그 외에도 스스로 자신을 낮게 부정적으로 평가한다든가 융통성 없는 경직된 사고 등은 스트레스 반응을 자기 자신이 만들어내는 것이 된다.
증상은 결국 스트레스 반응이 나타나는 양상이다. 이러한 반응은 우리의 몸이 어떠한 위험상황에서 싸워서 극복하거나 멀리 도망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아드레날린 등의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되어 나타나는 것이다. 그래서 정신적으로는 좀 더 판단을 잘하기 위해서 감각기관이 예민해지고 정신이 명료해지고 신체적으로는 싸움이나 도망을 위해 근육이 긴장되고 더 많은 산소를 얻기 위해 호흡이 빨라지고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혈압이 올라가게 된다. 그런데 이런 스트레스 반응이 지속되면 오히려 정신적으로는 집중력이 감소되고 기억력이 떨어지며 멍해지고, 감정적으로는 근심걱정이 많아지고 불안, 초조, 우울 등을 느끼게 되고, 신체적으로는 피로감, 두통, 가슴이 두근거리는 심계항진, 얼굴이 달아오르는 안면홍조, 발한, 불면 등의 양상이 나타나고, 행동은 가만히 있지 못하고 왔다갔다하면서 안절부절하지 못하고 서성대거나 사소한 일에도 참지 못하고 짜증을 내거나 비난을 하기도 하고 심한 경우에는 난폭한 행동을 하기도 한다.
합병증이 문제가 되는데 스트레스 사회라고 하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때로는 피할 수 없는 스트레스에 자율신경계나 면역기능, 내분비 기능의 균형을 잃게 되어 자신도 모르게 여러 가지 질환에 걸릴 위험성을 가지게 된다. 스트레스와 관련이 있는 질환들로는 정신과적으로는 두통, 우울증, 수면장애, 공포증, 비만 등이 있고, 신체적인 질환으로는 과민성 대장 증후군, 신경성 위장병, 신경성 피부병, 고혈압, 심장병과 같은 질환들이 있을 수 있다. 이러한 질환들은 스트레스의 자극에 의해 자율신경계의 교감신경이 과도하게 흥분하여 신체의 기능이 균형을 잃기 때문에 야기되는 것이다.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은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요인 뿐만 아니라 기질 같은 유전적인 요인이나 그 사람의 성격특성, 개인의 생활양상 그리고 사회문화 환경적인 요인이 모두 작용한다. 그래서 반응이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어떤 일을 해야 할 때 어떤 사람을 일을 피해 하지 않으려고 하고, 어떤 사람은 주어진 일만을 흠 없이 하려고 하고, 어떤 사람은 할 일을 찾는 것과 마찬가지로 어떤 사람은 스트레스 자체를 피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최소화하려 하고, 어떤 사람은 스스로 만든 스트레스를 극복하려고 한다. 어차피 해야 할 일이라면 피하거나 시켜서 하기보다는 적극적으로 일을 만들어 하는 것도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방법일 수 있다.
치료는 결국 스트레스를 피해갈 수만 있으면 될 텐데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또한 스트레스가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다. 물론 건강을 위협하는 나쁜 스트레스(distress)도 있지만 극복하면 자신의 삶에 도움을 주는 좋은 긍정적인 스트레스(eutress)도 있다. 때로는 같은 일도 긍정적일 수도 있고 부정적일 수 있다. 기분이 좋은 상태에서 일을 마쳐서 성과가 생기면 긍정적인 스트레스이지만 피곤한 상태에서 억지로 하게 되면 성과도 오르지 않고 힘만 들면 부정적 스트레스다. 그래서 스트레스를 대하는 태도를 긍정적으로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스트레스가 교감신경의 지나친 긴장이므로 이러한 자율신경계의 이완이 치료의 한 방법이다. 하지만 자율신경계라는 말 자체가 신경 스스로 조절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람의 의지로 이완시키기는 어렵다. 그러므로 최면이나 명상 등의 간접적인 방법으로 자율신경계를 이완시킬 수 있다. 최면 상태에서는 교감신경이 긴장되었을 때와는 정반대의 양상이 나타난다. 심장이 천천히 느리게 뛰고, 호흡이 느려지고, 근육의 긴장이 이완되고 마음이 안정이 된다.
일반적인 이야기이지만 중요한 것이 생활방식이다. 현대사회가 자신의 에너지를 일에 쏟도록 요구하지만 모든 에너지를 일에만 쏟지 말고 자기 자신이나 자신의 가정을 위해서도 사용해야 한다. 사람은 항상 생산적인 일을 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자신이 놀 자격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즐기는 시간이 가져야만 한다. 말하자면 일과 여가사이에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또한 지나친 술과 담배, 카페인 등을 줄이거나 끊고 규칙적인 운동을 해야 하며 규칙적인 수면을 통한 규칙적인 생활을 하여야만 한다. 또한 충분한 영양을 취하고 휴식을 취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스트레스가 외부의 유발요인에 의해서 뿐만이 아니라 자신의 내부에서 스스로 만들어 질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의 생각을 바꾸는 것도 중요하다. 우선 자신의 기대가 비현실적이고 너무 지나친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기대가 너무 크면 항상 성취는 없고 좌절만 겪게 되어 스트레스를 느끼게 된다. 그렇지만 기대를 현실적으로 조금씩만 가지게 되면 조그맣고 사소하지만 성취감을 느끼고 즐거움을 느끼며 살 수 있다. 이런 조그만 성취들이 쌓이면 흔히 말하는 성공을 가질 수도 있다.
또한 스트레스 반응을 일으키는 같은 일도 새로운 관점에서 보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물컵에 쥬스가 반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은 이미 반을 마셔버렸다는 것이지만 물컵에 쥬스가 반이나 남아있다는 것은 아직도 마실 것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쥬스를 더 채울 수도 있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쥬스를 마심으로써 갈증이 해소되어 좋다는 관점을 가져보면 어떨까?
그리고 자신의 생각이 틀릴 수도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자신의 생각이 경직되면 다양한 스트레스에 적응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자신의 마음을 열어놓음으로써 융통성을 가지게 되면 적응이 쉬워진다.
마지막으로는 자신의 생각이 자신을 편하게 하는지 자신을 힘들게 하는지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 자신에게 최대한 유리한 방향으로 생각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것이 옳은 일이지만 그런 생각 때문에 자신이 불편을 겪는 경우라면 자신을 우선 배려해야 옳은 일을 하고도 스트레스 반응을 일으키지 않게 된다.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자신 스스로도 노력해야겠지만 주위의 환경을 바꾸거나 주위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친구들과 어울려 재미있는 이야기도 하고 웃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 유머는 긴장을 이완시키기 때문에 스트레스에 관한 한 명약이다. 또한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이해해 주는 친구에게 자신에 관한 힘든 부분을 이야기하고 감정을 표출하는 것 자체가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기쁨은 함께하면 커지고 고통은 나누면 작아지니까.
어떤 경우에는 스트레스 원인을 제거해야 한다. 최근에 벤처기업에서 대기업으로 되돌아오는 직장인이 있다고 한다. 아마 불규칙한 직장생활이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어 견디기 힘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스트레스는 피하는 것도 한 방법이고 포기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