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學산책

나눗셈과 뻴셈만 하면 되는 제곱근 풀이

kongbak 2007. 8. 5. 14:21
조선수학자 홍길주의 쉽고 간단한 수학 수학이야기
나눗셈과 뻴셈만 하면 되는 제곱근 풀이
2007년 05월 16
 
수학사에서는 기존 풀이법과 다른 새로운 방법을 고안한 천재들을 종종 발견할 수 있다. 서양수학책을 보지도 않은 상태에서 서양수학식을 고안해낸 19세기 초반 조선시대의 여성 영수합서씨(令壽閤徐氏)가 그렇다. 더구나 그녀의 수학적 재능을 이어받은 아들은 전통적 방법이나 서양식 방법과 다른 획기적인 제곱근 풀이법을 개발했다. 조선의 유학자이자 수학자인 홍길주(洪吉周, 1786~1841)가 그 주인공이다.

어떤 수 a가 있을 때, 이것을 제곱한 수는 a²이다. 반대로 a²의 제곱근은 a다 (전통수학에서는 실생활 문제 위주여서 음수 제곱근을 생각하지 않았다). 예를 들어 4의 제곱근은 2다. 2를 제곱하면 4가 되기 때문이다. 같은식으로 9의 제곱근은 3, 16의 제곱근은 4라는 사실을 금방 알 수 있다. 그러면 55225의 제곱근은 얼마일까?

고차방정식을 풀기 위해 계산판 위에 산가지를 펼쳐놓은 모습
이 문제처럼 암산으로 간단히 구하기 힘든 경우를 위해 제곱근을 구하는 일반적인 방법이 필요하다. 중국, 한국, 일본이 공유하는 동아시아의 전통수학에서는 이를 정사각형이나 정육면체같은 도형, 즉 방(方)을 이용한 ‘개방술’(開方術)을 사용했다. 개방(開方)은 ‘방(方)을 풀어 헤친다’는 뜻이다. 정사각형을 풀어 헤치면 길이가 같은 4개의 변을 얻고, 이때 한 변의 길이는 정사각형 면적의 제곱근이 된다. 그러니 개평방술(開平方術)은 제곱근을 구하는 방법이요, 개입방술(開立方術)은 세제곱근을 구하는 방법이다.

동아시아 전통수학사에서 가장 중요한 고전인 ‘구장산술’(九章算術)은 1세기경전 한시대 말까지 축적된 중국수학의 성과를 망라하고 있는데, 여기에 전통적 제곱근 풀이법이 실려 있다. ‘구장산술’에서 제시한 제곱근 풀이법의 핵심은 어떤 숫자의 제곱근이 ‘A백B십C’(식으로 나타내면 100A+10B+C)일 것으로 예상하고 각 자릿수 A, B, C가 무엇인지를 알아내는 것이다.

‘구장산술’에서 사용된 방법은 11세기 중엽중국학자가헌(賈憲)이 다항식의 전개와 계수에 대한 이해를 기초로 증승개방법(增乘開方法)이란, 다항방정식의 근사해를 얻는 방법으로 발전시켰다. 가헌이 증승개방법을 개발한 뒤 중국에서는 방정식 풀이법이 급속도로 발전했고, 송나라 때 진구소(秦九韶)라는 학자는 10차방정식을 풀어 세상을 놀라게 했다.

이를 계기로 중국수학은 송나라와 원나라 시대 방정식 풀이에 있어 황금기를 이뤘다. 변수가 하나인 고차방정식을 풀어내는 방법인 천원술(天元術)은 물론이요, 변수가 4개인 고차방정식을 풀어내는 사원술(四元術)까지 자유자재로 구사했다.

그러나 명나라 때는 상거래에 쓰이는 실용수학에 치우치면서 제곱근 계산과 방정식 풀이에 대한 이론적 연구는 오히려 퇴보했다. 명나라를 이은 청나라 시대에 증승개방법으로 고차방정식을 풀 줄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을 정도로 이 분야의 연구는 완전히 잊혀졌다.

어린아이도 쉽게 푸는 제곱근

한국수학사에서 가장 널리쓰인 계산도구 산가지
반면 조선에서는 중국의 송나라와 원나라 때의 수준 높은 수학을 고스란히 보존하고 더욱 깊은 수준으로 연구했다. 특히 중국의 유명한 수학서인 ‘산학계몽’같은 책을 잡과시험의 교재로 사용했다. 때문에 제곱근풀이와 방정식에 대한 이해는 조선 학자들이 같은 시대 명나라나 청나라 학자들보다 훨씬 앞서 있었다. 또 17, 18세기에 들어서는 유능한 수학자가 여러 명 출현하고 수준 높은 수학책이 다수 쏟아져 나왔다. 작은 나뭇가지인 산가지만으로 고차방정식을 풀어낸 홍정하 같은 수학자도 출현했다.

이런 시대에 홍길주는 제곱근과 방정식에 대한 수준 높은 조선수학의 전통아래서 기존 방법과 완전히 다른 새로운 제곱근 풀이법을 고안해냈다. 그의 풀이법은 다음과 같다. 먼저 원래 수를 반으로 나눈 다음 1부터 오름차순으로 빼기를 반복해 더 이상 뺄 수 없을 때 이 수를 2배 해 다음에 빼고자 했던 수와 비교해 같으면 된다. 예를 들어 9를 반으로 나누면 4.5, 여기서 1을 빼면 3.5다. 다시 2를 빼면 1.5며 이 수를 2배하면 3이다. 3은 원래 빼고자 했던 수와 같으므로 제곱근이다.

‘구장산술’의 방법, 증승개방법, 그리고 조립제법은 원리적으로 잘 만들어진 계산법이지만, 실제로 해보면 이해하기 쉽지 않고 계산과정도 복잡하다. 그러나 홍길주의 방법은 처음 수를 2로 나누는 과정과 끝에 남은 수를 2배하는 과정만 제외하면, 자연수를 순서대로 빼기만 하면 돼 너무나 쉽다. 홍길주 자신도 “멍청한 어린이라도 쉽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숫자가 커지면 뺄셈을 하는 횟수가 늘어 번거롭긴 하지만, 전통시대의 계산법에 따라 산가지로 빠르게 조작하면 뺄셈은 순식간에 할 수 있다. 자연수의 합을 구하는 공식(Σn=n(n+1)/2)을 아는 사람은 이 값을 미리 계산한 다음 원래 수에서 빼면 더 간단하다. 홍길주의 제곱근 풀이법은 초등학생도 할 수 있을 만큼 쉬운 방법이다.

홍길주는 자연수로 떨어지지 않는 제곱근뿐 아니라 세제곱근, 네제곱근, 다섯제곱근에 대해서도 아주 간단한 풀이법을 고안해냈다. 또 2개의 근사해를 가정해 비례식이나 연립방정식을 푸는 ‘쌍추억산법’이란 새로운 풀이법도 개발했다.

<전용훈의 ‘초등학생도 하는 조선식 제곱근 풀이법’ 기사 발췌 및 편집>

'理學산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달팽이  (0) 2007.08.24
무서운 수학기호  (0) 2007.08.12
박경미 교수의 수학 득도기(得道記)  (0) 2007.07.15
(121) 이(虱 : 벼룩) 잡는 법  (0) 2007.07.12
(111) 인디언의 곰덫  (0) 2007.0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