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學산책

다 빈치 코드의 수학적 해석

kongbak 2006. 6. 13. 10:00
다 빈치 코드의 수학적 해석
[한국일보공동] 수학으로 세상읽기
▲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그림 ‘비트루비우스의 인체비례’  ⓒ
<다 빈치 코드>를 펴들며 꽤 오래 전에 유행했던 농담이 떠올랐다. ‘레오나르도’라고 했을 때 ‘다빈치’라고 답하면 구세대이고, ‘디 카프리오’라고 대답하면 신세대라고. 당시 당연히 ‘다 빈치’라고 답해 구세대로 판정받았던 사람으로서 레오나르도 다 빈치를 소재로 한 책이 화제작으로 떠오르게 되니 ‘거 봐. 역시 다 빈치이지’ 하는 생각에 내심 흐믓해졌다.

<다 빈치 코드>는 작년 3월에 출간되어 미국에서만 700만부 이상 팔리면서 <해리포터>에 필적할 만한 인기를 끌었고, 우리나라에도 얼마 전 번역본이 나오면서 단숨에 베스트셀러 대열에 끼게 되었다.

이 책은 예수에 얽힌 비밀, 시온 수도회, 오푸스 데이와 같이 민감한 종교적 소재를 다루는 미스테리 스릴러 추리 소설이지만 그 기저에는 수학 신비가 깔려있다. 수학과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으로 수학을 배경으로 한 책이 큰 관심을 얻게 되니 여간 반가운게 아니다.

이 책에는 피보나치 수열과 황금비 같은 수학적 장치가 들어있다. 소설의 시작은 루브르 박물관장의 피살 장면으로부터 시작하는데, 그 현장에는 13-3-2-21-1-1-8-5 라는 수수께끼 같은 수의 배열이 남겨져 있다.

난수표 같아 보이지만 이는 1, 1, 2, 3, 5, 8, 13, 21, 34, 55 …으로 진행되는 피보나치 수열에서 처음 8개 숫자를 섞어놓은 것이다. 12세기 이탈리아의 수학자 ‘레오나르도 피보나치’가 토끼쌍의 번식 문제를 가지고 생각해 낸 피보나치 수열은 1+1=2, 1+2=3, 2+3=5, 5+8=13과 같이 앞의 두 수를 더하여 그 다음 수를 만드는 방식으로 구성된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피보나치 수열이 자연 현상에서 다수 발견된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예로 꽃잎의 수는 치커리 21장, 데이지 34장과 같이 피보나치 수가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 해바라기 꽃의 가운데에는 씨앗이 촘촘하게 박혀 있는데 이 씨앗의 배열을 자세히 관찰해보면 시계 방향과 반시계 방향의 나선을 발견할 수 있다. 해바라기의 나선의 수는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 21개와 34개, 혹은 34개와 55개 같이 두 개의 연속된 피보나치 수이다.

▲ 황금나선  ⓒ
피보나치 수열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식물 뿐이 아니다. 한 변의 길이가 1, 1, 2, 3, 5, 8, 13, … 인 정사각형을 그림과 같이 연속하여 그리고 각 정사각형에 사분원(원의 1/4)을 그린다. 이 사분원들을 차례로 연결한 황금나선은 앵무조개를 비롯한 바다 생물의 껍질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 소설을 이끌어가는 단서를 제공한 박물관장 자크 소니에르는 죽으면서 자신의 배 위에 별 모양을 그려 놓았다. 별은 오각형, 즉 펜타곤의 꼭지점들을 이은 다섯 개의 대각선을 그리면 얻을 수 있기에 '펜타그램'이라고 한다.

특히 변의 길이가 모두 같은 정오각형에서 얻을 수 있는 펜타그램에는 인간이 가장 아름답다고 인식하는 황금비가 들어 있다. 정오각형의 한 변과 그 대각선의 비를 구해보면 황금비인 약 1:1.618이 된다. 또한 펜타그램을 이루는 변은 다른 변에 의해 두 부분으로 나뉘는데, 그 비 역시 황금비이다.

▲ 앵무조개의 껍질  ⓒ
황금비는 좀 복잡하게 들리겠지만 짧은 부분과 긴 부분의 길이의 비가 긴 부분과 전체 길이의 비와 같아지는 경우를 말한다. 조사에 따르면 사람들에게 여러 모양의 직사각형을 제시하고 가장 선호하는 것을 고르라고 했을 때, 70% 이상이 직사각형의 가로와 세로의 비가 황금비에 가까운 것을 선택한다고 한다.

이처럼 황금비는 인간이 보편적으로 가지는 심미안에 가깝기 때문에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가장 아름답고 이상적인 비율로 인식되었다. 황금비는 신의 비례라 하여 신성시되었으며, 1:1.618이라는 비는 파르테논 신전이나 밀로의 비너스상 같은 예술품에 반영되었다.

그런데 더 신비로운 것은 앞선 언급한 피보나치 수열과 황금비가 연결된다는 사실이다. 연속된 두 피보나치 수의 비를 계산하 1/1=1 , 2/1=2 , 3/2=1.5 , 5/3=1.666... , 8/5=1.6, 13/8=1.625, 21/13=1.615... 와 같이 황금비에 점점 가까워진다.
▲ 별(펜타그램)에 들어있는 황금비  ⓒ

자크 소니에르가 남긴 또 하나의 수학적 흔적은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그림 ‘비트루비우스의 인체비례’와 동일한 모양으로 죽어간 것이다. 비트루비우스는 황금비를 예찬한 로마 시대의 건축가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 소설의 수학적 단서는 황금비로 집약할 수 있다.

<다 빈치 코드>에 대해 많은 미디어들이 쏟아내고 있는 ‘헐리우드적’이라는 평가는 정말 적절하다. 기발한 상상력,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긴장감, 정교하고 짜임새 있는 구성, 사람을 흥분시키는 음모와 섬뜩한 서스펜스, 거기에 로맨스까지 흥행의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는 이 책은 독자들을 강한 흡인력으로 끌어들인다.

솔직히 처음에 책을 집어 들 때에는 이 책에 대한 미디어의 평이 다소 호들갑스러운 것이 아닌가도 싶었지만, 책을 다 읽은 지금 필자 역시 이 여름 피서를 대신할 블록버스터로 <다 빈치 코드> 만한 책이 없다는 추천사로 글을 맺게 된다.
피보나치수열 [Fibonacci sequence]
요약
제1항과 제2항을 1로 하고, 제3항부터는 순차적으로 앞의 두 항을 취하는 수열.
본문

이를테면, 제3항은 제1항과 제2항의 합, 제4항은 제2항과 제3항의 합이 되는 것과 같이, 인접한 두 수의 합이 그 다음 수가 되는 수열이다. 즉, 1, 1, 2, 3, 5, 8, 13, 21, 34, 55,… 인 수열이며, 보통 a1=a2=1, an+an+1=an+2 (n=1,2,3…) 로 나타낸다. 이것은 L.피보나치가 1202년 《산술()의 서()》에서 처음으로 제기하였다. 이렇게 단순한 수열이 중요해진 것은 이 수열이 자연계의 일반법칙을 나타내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피보나치 수열의 인접한  두수의 비(뒷수와 앞수의 비)를 분수의 형태로 하여 수열을 만들면,

    

또는

    

와 같이 되는데, 이 두 수열은 각각

(√5-1)/2=0.6180339…와
(√5+1)/2=1.6180339…

에 수렴한다. 이것은 황금분할의 비로 잘 알려진 수로, 자연계에서 많은 생물의 구조가 이를 따르는 것으로 밝혀져 있다. 예를 들어, 솔방울을 살펴보면 비늘 같은 조각이 오른쪽나선과 왼쪽나선을 이루며 교차하고 있는데, 그 나선의 수는 각각 8개와 5개로 되어 있다. 5와 8은 피보나치수열에서 서로 이웃하는 항이다. 이 밖에도 식물 중에는 꽃잎의 배열이 13:8 또는 34:21 등으로 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또한 앵무조개의 달팽이 모양 껍데기의 구조도 황금분할의 비를 잘 보여 준다. 이러한 황금분할의 비는 예로부터 자연계의 가장 안정된 상태를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수학·음악·미술 등의 분야에서 매우 중요하게 다루어졌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미술작품들이 철저히 황금분할을 이용한 것이라든지, 음악에서 고전파의 소나타 형식이 황금분할의 비를 나타내고 있는 것 등이 그 예이다. 특히 B.바르토크의 《현악기와 타악기 및 첼리스트를 위한 음악》은 피보나치 수열에 따라 새로운 주제의 도입, 악기의 배치, 음색 변경 등의 시점을 정한 것으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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