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바흐

FTA 통신ㆍ가전 분야, 이득 크지 않다

kongbak 2007. 4. 9. 12:01
FTA 통신ㆍ가전 분야, 이득 크지 않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한국 통신산업의 기업가치를 높이고 글로벌화를 앞당긴다.’ ‘오히려 국내 기간통신산업을 미국에 넘길 수 있다.’

2일 타결된 한미 FTA 협상에서 한국이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통신분야 협상이 결코 우리에게 유리하게만 작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KT와 SK텔레콤 등 국내 지배적 통신사업자에 대한 외국인 직접 투자 봉쇄라는 ‘최후의 보루’를 지켜내는데는 성공했지만 나머지 기간통신사업자는 외국인이 별도의 또 다른 법인을 통해 간접 투자를 할 땐 100%까지 허용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또 자동차와 더불어 수혜 분야로 지목됐던 가전 분야 역시 무관세 혜택이 부여되는 멕시코 등 미국 인접지역 중심의 생산체제를 감안할 때 미국 시장 확대 기회보다는 국내 시장의 미국 가전업체 점유율 확대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기간통신산업 경영권 방어 부담=한미 FTA 협상 타결에 대해 통신업계는 ‘국내 통신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과 ‘장기적으로 경영권 방어라는 부담을 안게됐다’는 반응으로 엇갈리고 있다.

KT와 SK텔레콤은 지배적 기간통신사업자에 외국인 지분한도를 51%로 확대하거나 폐지하자는 미국 측 안이 반영되지 않고 현행 49% 제한이 유지된 데 일단 안도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업체를 제외한 기간통신사업자는 간접 투자 한도를 49% 이상으로 설정한 것은 부담을 느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외국인 지분한도가 늘어나면 외국인 투자 증가에 기업가치 상승이라는 측면도 있지만 경영권 방어를 위한 지분매입 비용 증가 등 역기능이 더욱 크다”며 “간접 투자는 공익성 심사를 통해 허용한다고 하지만 언제든지 경영권 위협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소프트웨어 저작권 강화와 온라인상 저작권 침해의 포털 책임 강화 등 미국 측 요구가 대부분 수용된 것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포털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 측의 저작권 공세가 거세질 경우 국내 디지털 콘텐츠 산업의 활성화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며 “국내 UCC(사용자제작콘텐츠) 서비스 등 인터넷산업이 극도로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가전업계, 득실 따져봐야=한미 가전업계 모두가 환영 의사를 밝힌 가전 분야 역시 득실의 이해관계를 좀더 세밀히 따져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내 가전업계 쌍두마차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현재 미국 시장에 공급하는 휴대전화와 LCD(액정표시장치)·PDP(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TV, 냉장고 등 대부분의 제품을 멕시코, 브라질 등 중남미지역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다. 이들 지역은 미국 수출 무관세 지역으로 이번 한미 FTA 협상에서의 가전 분야 관세 철폐는 무의미하다는 지적이다.

반면 국내 생산공장을 갖고 있지 않은 월풀, GE 등 미국 가전업체들에게는 이번 관세 철폐가 한국 시장 확대의 좋은 계기가 되고 있다.

그동안 신세계 롯데 등 주요 백화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미국 월풀 냉장고는 대당 300만원대 이상의 고가 냉장고로, 삼성·LG전자 제품보다 가격 경쟁력이 떨어졌었다. 그러나 협정 체결 이후 2∼5%의 관세가 철폐되면 미국 업체들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져 시장점유율을 크게 늘릴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유통업계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