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와 고춧가루의 힘으로 16강 넘어 승승장구하리라.’
① 태극전사 하루 8㎏ 먹고도 “더 주세요” 2002 한일 월드컵 당시 ‘태극전사의 힘은 김치에서 나온다’고 일본 언론들은 대서특필했다. 7일 독일 쾰른에 도착한 한국축구대표팀 딕 아드보카트 감독도 스코틀랜드에서 전지훈련 도중 한국 선수들이 유난히 김치를 많이 먹자 신기하게 생각했다. 선수들이 너무나도 김치를 잘 먹자 그는 “우리가 성공한다면 당연히 김치 때문인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할 정도다.
한국대표팀은 지난달 27일 전지훈련장으로 출발할 때 국내에서 500g짜리 김치 120봉지를 준비해 갔다. 총 60kg의 김치를 싸 가지고 갔으나 일주일 만에 동났다. 대표팀은 현지 교민들이 직접 담근 김치 30kg을 전달하자 반색했다. 33명의 선수단이 11일간 머물면서 90kg의 김치를 먹고도 모자랐던 것이다. 한국인은 1인당 1년에 18kg 이상의 김치를 먹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으로부터 김치 맛을 알게 된 일본축구대표팀도 김치를 챙겨 독일에 도착했다. “한국은 김치의 힘으로 2002 한일 월드컵 4강에 올랐다”고까지 부러워했던 일본 언론은 “2006 독일 월드컵에서 일본 대표팀이 김치의 힘으로 8강을 노린다”고 보도하기도. 일본 언론은 ‘김치’ ‘우메보시(매실장아찌)’ ‘낫토(삶은 콩을 발효시켜 만든 일본 전통 음식)’ 3가지를 ‘3종 신기(神器)’로 표현하며 일본 대표팀이 가장 많이 챙겨간 음식이라고 전했다.
② 많이 먹다 갑자기 줄이면 몸 균형 깨져 과연 ‘김치’의 힘은 무엇일까, 무슨 효능이 있을까.
한국음식의 상징인 김치의 특징은 발효식품이며 염분이 많다는 것. 김치에는 고춧가루를 비롯한 많은 양념이 들어간다. 발효식품으로서 김치는 많은 유산균과 비타민을 포함하고 있다. 항균작용이 있으며 장을 튼튼히 하고 신진대사를 촉진한다.
김치에 섞인 고춧가루의 역할은 특히 대단하다. 고추에는 ‘캅사이신’과 ‘비타민C’가 포함돼 있다. 동물실험 결과 이들 성분은 지구력을 증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김치 등 염분이 많은 한국음식을 주로 먹다 갑자기 줄이면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염분의 주성분은 염화나트륨(NaCl)이다. 평소 많은 염분을 섭취하다 갑자기 중지하면 평소의 식습관에 맞추어 이루어졌던 나트륨 칼륨 등 몸 안의 전해질 균형이 깨질 수 있다.
이는 쥐가 쉽게 나는 데 영향을 줄 수 있다. 운동 후 쥐가 나는 것은 탈수가 심해 수분이 빠져나가고 전해질 균형이 깨지면서 근육이 수축될 때다.
외국에서 김치 대용으로 먹을 수 있는 음식은 피클, 짭짤한 치즈, 바나나, 키위 등.
특히 바나나는 탄수화물, 칼륨, 마그네슘 등 운동선수에게 필요한 성분이 많아 최고의 간식으로도 꼽힌다. ‘미국프로농구(NBA)를 정복하려면 바나나를 먹으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③ 독일 현지 조리사가 직접 담가 2006 독일 월드컵에서 김치도 세계인들 앞에 나선다. 농협은 이번 월드컵 기간 중 프랑크푸르트 등 6개 도시 한인상점에서 김치 특판 행사를 연다. 또 길거리 응원에 나서는 한국인들에게 60g짜리 소포장 김치 2000개를 무료로 나누어 줄 계획이다.
한국의 김치업체도 독일로 진출한다. 일부 김치업체는 독일 현지에서 한국의 전통김치는 물론 서구인들의 입맛을 고려한 ‘퓨전김치’ 등을 개발해 판촉활동에 나설 계획이다. 외국인들이 꺼리는 신 김치 특유의 냄새를 줄이고 김치를 샐러드처럼 만드는 등 다양한 제품을 개발 중이다.
한국 대표팀을 위해서 교민들은 많은 양의 김치를 준비하고 있지만 국제축구연맹(FIFA)이 실시하고 있는 ‘외부인 선수 접촉 금지’와 ‘음식물 외부 제공 금지’ 조치 때문에 김치를 직접 전달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독일 현지 숙소에서 직접 김치를 담가 먹을 예정이다. 한국대표팀에는 정지춘 조리장이 동행한다. 한국팀이 묵을 쾰른의 슐로스 벤스베르크 호텔의 조리사는 정 조리장과 손발을 맞추기 위해 올해 초부터 교민들로부터 김치 담그는 법을 배웠다. 2006 독일 월드컵의 열전에 뛰어든 한국축구대표팀과 김치. 매운 김치만큼 뜨거운 열전이 기대된다.
(도움말=이명천 국민대 교수·한국운동영양학회 명예회장)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