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동북공정이 이제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으며 지금 신속히 대응하지 않으면 우리 역사가 왜곡되는 것은 물론 동북아 정세까지도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해양전략연구소는 23일 오전 7시 30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뮤지엄홀에서 서길수 서경대 교수를 초청, '중국의 역사침탈과 동북공정'이라는 주제로 포럼을 열었다. 서길수 교수는 중국의 동북공정 진행 과정과 왜곡사례를 설명하고 "중국은 자기네가 모든 것의 중심이라는 역사관과 국가론을 가지고 있으며 이런 시각은 결국 주변 20개국과 끊임없는 분쟁을 낳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아시아의 평화, 나아가 세계 평화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해양전략연구소는 23일 오전 7시 30분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뮤지엄 홀에서 정'중국의 역사침탈과 동북공정'이라는 주제로 정기포럼을 열었다. ⓒkonas.net | |
2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진행된 이날 포럼에서 서길수 교수는 동북공정에 대해 언론 등을 통해 알려진 것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전했다. 서 교수에 따르면 중국의 역사침탈은 1979년 중국의 개방과 동시에 '통일적 다민족국가론'이 부활하면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후 1983년 본격적인 국경 전문연구기관을 설립, 자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모든 국가의 역사를 연구해 오고 있다는 것이다.
고구려 귀속 문제가 본격적으로 연구된 것은 1990년대부터라고 한다. 그후 2002년부터 내년(2007년)까지 동북공정을 실시한 것이라고 한다. 동북공정은 일개 연구기관이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중국사회과학원과 동북 3성 정부가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중앙인민위원회 위원과 동북 3성 부성장을 영도팀으로 중국사회과학원과 동북 3성 당위원회 선전부를 지도팀으로 해 일사분란하게 역사왜곡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여기에다 우리가 동포라고 믿는 조선족들 또한 이런 역사왜곡에 앞장서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이들은 고구려 뿐만이 아니라 고조선, 발해, 부여 등 고려와 조선, 신라를 제외한 한반도의 모든 역사를 자국의 역사라고 왜곡하고 있다고 한다. 여기에 대해 중국은 전 세계 국가들에게 "주변 국가가 먼저 우리(중국) 역사를 왜곡했기 때문에 우리도 대응하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고 한다.
중국은 ▲고구려는 (지금의) 중국 땅에 세워졌다 ▲고구려는 국가가 아니라 소수민족의 지방정권이다 ▲고구려가 멸망한 뒤 유민들은 대부분 중국에 속하게 되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주장들은 ▲고구려가 한 국가를 유지할 동안 중국에서는 5호 16국 시대, 위진 남북조 시대 등 수많은 나라들이 명멸했다는 것 ▲중국의 사서에는 고구려를 자국의 역사로 기록하지 않고 있다는 것 ▲고구려가 스스로를 '천제지자(天帝之子)'라고 호칭하고 자체적인 연호를 사용했으며 하늘에 제사를 지냈다는 기록 등으로 모두 거짓이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다고 했다.
현재 동북공정의 이론화 단계는 거의 마무리 되었으며 이제 국민들을 교육하는 '일반화 단계'만 남아있다고 한다. 여기에 대한 우리 외교부, 학계의 대응은 한심한 수준이라고. 우리나라 외교부는 동북공정이 문제가 되자 중국 내 일단의 젊은 학자들끼리 모여 역사연구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국내 역사학계는 중국의 역사왜곡에 대한 대응방안이나 대책 논의에 거의 관심이 없다고 한다.
언론의 이해도 답답한 수준이라고 전했다. 중국의 역사침탈에 대해 심층취재한 다큐멘터리는 고사하고 겨우 오락프로 정도에서나 관심을 가진다고 한다. 그것도 제작일정이 일주일 남짓이기 때문에 제대로 다루기도 힘들다는 것이다.
▲서길수 서경대 교수. (사)고구려연구회 이사장이기도 하다. ⓒkonas.net | |
서 교수는 "중국은 '중화민족사 1만년 만들기'를 통해 '서남공정''동북공정''서북공정''하·상·주·단대공정''중화문명탐원공정'등을 통해 국경을 맞댄 주변국들 모두의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정부에서는 이 문제가 핵폭탄 문제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장기적 대응에 나서야 한다"며 "공무원 시험과 수능, 대학교양과정에서 폐지된 역사과목을 부활시키고 외교관들에게 역사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세계 몇 위의 경제규모라고 자랑하는 것도 좋지만 거기에 걸맞게 세계 평화를 위해 힘써야 한다"며 동북공정에 대응하는 것이 세계 평화에 이바지하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해양전략연구소 회원들은 중간중간 박수갈채를 보내며 동북공정 문제가 단순한 역사 왜곡 문제가 아니라 동북아 안정에 중요한 문제라는 서 교수의 주장에 공감을 표시했다. (konas)
전경웅 코나스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