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를 작성한 씨티그룹의 경제학자 윌렘 뷰이터와 에브라임 라바리는 세계 경제의 평균 실질GDP 증가율이 2010~2030년에는 4.6%이고, 2030~2050년에는 3.8%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보고서는 지역별로는 아프리카가 가장 빨리 성장하고 아시아가 그 뒤를 따를 것으로 봤다. 실질GDP 성장률이 2010~2050년에 아프리카 대륙은 7.0%, 아시아 지역은 5.4%로 예측했다. 동유럽과 구 소련권, 중남미, 중동지역도 상당한 성장을 이룰 것으로 예상했다. 세계 경제에서 지역들이 차지하는 비중도 2050년이 되면 크게 달라진다. 북미와 서부유럽은 2010년 41% 비중에서 2050년 단 18%로 하락하는 반면 아시아는 27%에서 49%로 늘어난다고 씨티그룹은 전망했다.
방글라데시·몽골·베트남 성장잠재력 커
씨티그룹은 성장 잠재 가능성이 큰 11개국으로 방글라데시·중국·이집트·인도·인도네시아·이라크·몽골·나이지리아·필리핀·스리랑카·베트남을 선정했다. 이들은 지금은 가난하지만 수십 년이 지나면 선진국에 상당히 근접할 것으로 예상됐다. 나이지리아와 몽골·이라크·인도네시아는 자원대국이어서 경제 성장에 큰 이점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멕시코·브라질·터키와 몇몇 다른 나라들도 견조한 성장이 예상됐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11개국 그룹에 합류하기위해서는 국내소비와 투자율을 상당히 늘려야 하는 등의 개혁이 필요했다. 이란과 북한은 11개국 그룹에 포함될수도 있으나 정치 개혁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보고서는 내다봤다.
보고서는 2050년 세계 최대 경제대국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 인도의 경우 1인당 실질GDP가 2010년에서 2050년까지 연간 6.4%씩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인도의 성장 가능성은 인구에서 나온다. 씨티그룹 보고서는 높은 출산율과 꾸준히 증가하는 두꺼운 젊은 연령층을 바탕으로 2010~2050년 인도의 노동연령인구는 40.7%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체 인구의 50%가량이 25세 미만으로 파악되는 인도는 총 인구 가운데 경제활동인구 비중이 높아지는 걸 지칭하는 ‘인구보너스’가 작용한다. 인구보너스는 15~64세 인구가 65세 이상 인구를 부양해야 하는 부담이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인도의 경우 2000년엔 0.62%였던 인구보너스 수치가 2025년엔 0.48%로 하락할 전망이다. 노인 부양 부담이 줄어들면 남는 지출금이 저축으로 옮겨가고, 저축률 증가는 곧 GDP성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2006~2009년 인도 국내 저축률은 평균 34.4%였고 총 국내투자율은 32.4%였다.
과거 우리나라도 인구보너스를 성장동력으로 삼아 빠른 경제 성장을 이뤘으며 세계 경제대국으로 떠오른 중국 역시 인구보너스 효과가 있었다. 물론 제조업 중심의 성장을 이룬 우리나라나 중국과 달리 서비스업 중심인 인도의 산업구조상 이 효과를 그대로 적용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그러나 씨티그룹 보고서에 분석된 2010~2020년 연간 7.2%, 2020~2030년 연간 7.7.%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인구보너스를 반영한 것으로, 산아정책으로 인해 젊은 경제활동 인구 비율이 감소하고 있는 중국에 비해 인도가 확실히 유리한 고지를 마련할 수 있다는 점을 강하게 시사한다. 중국은 노동력의 무한 공급에 힘입은 경제성장 단계가 끝나고 총 고정투자율의 실질적인 감소가 예상됨에 따라 이제부터는 연간 잠재성장률이 8%를 크게 상회하지는 못하고 점차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인도 ‘인구보너스 효과’
‘인구보너스 효과’에도 불구하고 인도 정부가 넘어야 하는 장애물은 많다. 젊은이들이 제대로 교육과 훈련을 받지 못하거나 국내 자본축적률이 적절한 생산직을 만들어낼 정도로 충분하지 않을 경우 오히려 경제적 저주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씨티그룹 보고서는 “인도가 이 도전을 완수하려면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 동안 큰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고 주문한다.
보고서가 지적한 첫 번째 장애물은 사회간접자본의 부족이다. 사회간접자본은 인도 경제에서 사람들이 가장 관심을 두는 분야이기도 하다. 인도의 경제 성장을 비관적으로 보는 사람들은 ‘인도는 인프라가 부족한데 경제가 성장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부터 생긴다고 했다. 교육 문제 선결도 과제다. 인도는 매우 교육열이 높아 학원과 사교육이 잘 발달돼 있지만 도농 간 격차가 크다. 지난해 4월 초등학교 의무교육제도가 도입됐지만 카스트제도의 유습이 남아 있어서 지금도 농촌에선 여자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는 경우가 있다. LG경제연구원 홍석빈 책임연구원은 “인구증가율이 1.5% 정도인데 이대로 가다가는 젊은층 태반이 실업자가 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인도 정부의 규제도 걸림돌이다. 한국 기업의 인도 진출을 컨설팅하는 ‘맥스틴’의 이봉훈 대표는 “인프라는 돈이 들어가면 해결되지만 사람은 빨리 안 바뀐다”며 “규제 정책 자체는 변하겠지만 그것을 실행하는 공무원들이 문제다. 지금의 30~40대 공무원들이 나중에 정책 결정자가 될 건데 이들이 얼마나 규제를 풀어줄지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규제 문제뿐만 아니라 교역 자율화에 있어서도 보다 유연한 정책을 펼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와 관련, 제조업 기반이 약한 인도가 소비재 수입을 늘리며 개방경제를 향해 서서히 나아가고 있다는 시장 전망에 따라 투자자들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인도는 기회의 땅”
외국인 직접투자에 대한 내국인들의 정서도 극복해야 할 과제로 지적됐다. 대체적으로 인도인들은 과거 피식민지 경험으로 인해 외국인 직접투자에 대한 거부감이 아직도 적지 않다. 그러나 인도 젊은층 사이에서 서구 문화에 대한 적개심이 빠르게 감소하면서 이 문제는 조만간 해결될 것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대부분의 인도 경제 전문가들은 인도의 과제는 ‘물가’와 ‘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이라고 본다. 올 중반기 이후에 있을 인도 지방선거의 최대 쟁점은 인플레이션을 정부가 어떻게 풀어나가느냐에 집중되고 있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인도 정부의 재정적자는 지방 정부 적자까지 포함하면 9~11% 더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지난 2월 28일 인도 정부는 2011~2012년 회계연도 예산안에서 인플레이션의 타격이 큰 농업 종사 서민층에 대한 보조금 지원을 늘리고 식료품 가격을 끌어내리기 위한 농업 개혁에 나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예산안이 발표된 다음날인 3월 1일 인도 뭄바이 증시는 장중 3% 가까이 상승하면서 인플레 타개에 대한 기대감을 보였다.
씨티그룹의 인도 경제 전망에 대해 국내 경제전문가들의 해석은 분분하다. LG경제연구원 홍석빈 책임연구원은 “중국을 견제해야 하는 국제 사회의 여러 알력들이 ‘+α’ 요소로 작용해 인도가 물가 안정과 성장을 동시에 잡을 수 있다”며 “서구사회가 계속 중국에 투자하기보단 인도에 투자해 힘의 균형을 맞추려는 노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외부의 보이지 않는 힘 외에도 해외 거주 인도인들의 국내 송금액과 중동리스크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맥스틴’의 이봉훈 대표는 “중국은 진입장벽이 낮으나 유지비용이 높고, 인도는 진입장벽은 높으나 유지비용이 적다”며 “일단 들어가면 안정적인 시장”이라고 평가했다. 우리 입장에서는 대기업뿐만 아니라 인적·물적 자원이 부족한 중소기업이 특히 높은 진입장벽을 느끼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공공기관의 적극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제조 기반이 없는 인도는 우리와 경쟁업체가 없어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인도는 우리에게 기회의 땅”이라고 강조했다.
<자료 : 주간조선( 김경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