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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학자 3人, 2009 大예측] 미래학자 3인이 보는 2009년
kongbak
2008. 12. 27. 14:24
[미래학자 3人, 2009 大예측] 미래학자 3인이 보는 2009년
기사입력 2008-12-26 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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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成長) 시대 가고 정신(精神) 시대 온다”◇
■지상좌담 참석자 하인호 한국미래학연구원장 박영숙 UN미래포럼 한국대표 로사 알레그리아 상파울로 가톨릭대학 교수 |
21세기 세계 경제 변화의 큰 흐름 속에서 2009년은 어떤 한해가 될 것인가? 10년 혹은 20년이라는 비교적 긴 기간을 전망하고 예측하는 미래학자들은 현재의 위기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한국 최초의 미래학자’라 불리는 하인호 한국미래학연구원장은 지난 1970년대 미국으로 건너가 피츠버그 대학에서 고등교육, 미래학으로 철학박사학위를 받은 후 이 대학 국제문제연구센터에서 연구원 활동을 하며 미래학을 본격적으로 연구한 국내 미래학 분야의 1세대. 1990년대에 이미 우리나라의 고령화 문제를 지적했을 정도로 한국 미래학의 선구자다.
UN미래포럼의 박영숙 한국대표는 주한 영국대사관, 주한 호주대사관 등의 공보관으로 일하며 해외 각국의 미래학 연구에 자극받아 미래학에 눈을 뜬 2세대 미래학자. 2004년부터 UN미래포럼 한국대표, 세계 미래회의 한국대표로서 《UN미래보고서》《전략적 사고를 위한 미래예측》《새로운 미래가 온다》 등의 미래학 관련 책을 내며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브라질 최대의 화장품 회사 ‘에이본(AVON)’ CEO출신의 미래학자인 로사 알레그리아(Rosa Alegria)는 상파울로 가톨릭대학교 교수로서 미래컨설팅회사 ‘퍼스펙티바’를 운영하는 CEO이자 대안언론을 운영하는 언론인이기도 하다. UN미래포럼 브라질 대표도 맡고 있다.
그는 특히 환경문제와 그린 이코노미 분야의 전문가로서 브라질에서 범사회적 여성 건강 증진 프로그램을 만든 공로로 1997년 브라질-미국상공회의소로부터 베스트 기업시민상을 받기도 했다.
이들 국내외의 미래학자 3인은 한결같이 “현재의 경제시스템으로는 더 이상의 성장이 불가능하다”며 “2009년은 현재의 경제시스템이 새로운 경제시스템으로 대체되는 대전환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래학자 3인이 말하는 세계 경제의 변화의 방향과 그 속에서 2009년은 어떤 한해가 될 것인지 들어봤다.
▶월스트리트의 금융위기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가 세계경제의 침체로 이어지고 있다. 미래학자들은 현재의 금융위기를 어떻게 보나.
박영숙 대표(이하 박영숙) 이미 많은 미래학자들이 세계경제의 위기를 지적해 왔다. 지난 2006년 발간된 UN미래보고서를 보면 이미 2010년쯤에 세계경제가 심각한 위기를 맞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경제의 금융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그로 인한 거품이 너무 커져 위기가 보다 빨리 다가오기는 했지만 현재의 위기는 단순히 경기의 순환이나 변동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의 경제시스템이 맞고 있는 근본적인 위기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의 경제 시스템은 더 이상 성장엔진을 가지고 있지 않다. 인류가 근본적인 기술혁신, 새로운 패러다임의 개발, 대안의 경제시스템을 찾아내고 그것이 현실화될 때까지 앞으로 10여년간 세계경제는 심각한 저성장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이제 과거와 같은 기업의 고성장은 더 이상 불가능하다. 중국이나 인도와 같은 개발도상국의 경우 추가적인 성장이 가능할 수 도 있지만 이 나라들의 경제는 미국과 유럽과 같은 선진국의 경기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 세계경제가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내지 않는 이상 큰 희망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 금융위기를 맞아 정부가 돈을 쓰려고 해도 돈 쓸 곳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 아닌가.
로사 알레그리아 교수(이하 알레그리아) 성장에 관한 한 인류는 이미 너무 멀리 왔다고 볼 수 있다. 1820년대 이후 현재까지 전 세계 GNP 증가율은 인구 증가율의 다섯 배가 넘었다.
하지만 GNP가 늘어난 만큼 삶의 질도 그만큼 좋아졌는지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
더구나 이제 우리가 사는 이 행성(지구)은 물리적으로 더 이상의 경제성장을 견뎌낼 수가 없다.
기업들은 앞으로 자원, 에너지, 환경, 인구(고령화와 저출산)와 같이 성장을 제약하는 각종 난관에 부딪히게 될 것이다.
이 문제에 지혜롭게 대처하지 않는 기업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 현재 존폐의 기로에 놓인 미국 자동차산업이 훌륭한 예다. GM은 세계 최대의 자동차회사였지만 고유가 시대에 적응하지 못해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하게 됐다.
하인호 원장(이하 하인호) 현재의 금융위기는 소비자들과 시민의 의식도 변하게 만들 것이다. 월스트리트 투자 은행들의 잇단 붕괴는 미국식 경제 시스템과 신자유주의에 대한 동경을 송두리째 허물고 있다.
더욱이 경기침체가 가져올 대규모 실업 사태는 사람들의 가슴에 씻을 수 없는 ‘상흔’을 남길 것이다. 속도 예찬론자들은 아직도 우리들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지만 실업의 고통은 앞으로 인류의 관심사를 ‘성장’에서 ‘근원으로의 회귀’ 혹은 ‘느림의 미학’으로 옮겨가게 할 것이다.
▶고통스러운 경기침체와 함께 2009년의 막이 오르고 있다. 2009년은 어떤 한 해가 될 것으로 보는가.
박영숙 세계 최대의 여론조사기관인 갤럽이 2007년 11월, 2년간에 걸쳐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사상 최대의 설문 결과를 발표했다. 이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종래에는 인간이 가장 원하는 것이 사랑, 돈, 명예, 음식, 집, 평화 순서였다. 그런데 2007년 갤럽조사에서 사람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일자리’인 것으로 나타났다.
2009년에는 경기침체가 지속되고 기업들이 일제히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전 세계적으로 심각한 실업난에 처하게 될 것이다.
특히 한국의 경우 국가예산에서 사회복지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20%대로 OECD 평균의 3분의 1에 불과해 사회적인 불안이 가중될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요즘 젊은 세대들은 자기불만을 표현하는 데 거침이 없어 제2, 제3의 촛불시위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실제로 미국 국가안전보장국(NIC)가 2006년에 발표한 ‘2015년 예측보고서’는 경제위기가 발생할 경우 한국과 러시아가 위기에 가장 취약하고 타격도 많이 입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이번 금융위기가 사회 혼란으로 가지 않도록 사회안전망을 확충하고 적극적인 사회통합 노력을 펼쳐야 한다.
알레그리아 2009년에는 경제가 어려워지고 실업이 늘어나면서 시민들의 고통이 가중될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 속에서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려는 움직임도 분명히 일어날 것이다. 2009년에는 실업자들의 연대, 소비자들의 연대가 더욱 강화돼 기업들을 압박할 것이다. 인터넷을 중심으로 한 사회적 네트워크 역시 이러한 연대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시민들의 연대는 기업들의 인식을 바꾸게 될 것이다. 같은 조건이라면 소비자들은 환경친화적인 기업, 윤리적인 기업, 신뢰할 수 있는 기업을 점점 더 선호하게 될 것이다.
실제로 이미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이러한 소비자운동이 활성화돼 이른바 ‘윤리적인 시장(Ethic Market)’이란 주제가 매우 뜨거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물론 기업이 시민들의 요구를 따를 것인 아닌지는 선택의 문제지만 이 점을 간과하는 기업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실패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하인호 일자리가 사람들의 가장 큰 관심사라는 점에 동의한다. 기술의 발달로 앞으로 점점 일자리는 줄어들 것이고 일자리 문제는 가장 큰 사회적 이슈가 될 것이다.
이 같은 논의에 좀 더 이야기를 보태면 경제위기와 저성장, 일자리 구하기에 지치고 힘든 시민들은 이제까지의 속도 위주의 라이프스타일에서 벗어나 무언가 근원적이고 정신적인 것에 의지하려고 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앞으로는 이러한 변화가 지치고 힘든 동 시대 사람들 사이에서 서서히 영향력을 넓혀가면서 피곤하고 지친 영혼을 달랠 ‘소울 매니지먼트(soul management)’가 새로운 산업으로 등장하고 봉사활동이 주요 생업수단이 되는 이른바 ‘돌봄 경제’가 장기적으로 경제활동의 한 축을 형성하게 될 것이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 맞게 되는 2009년이 무언가 중요한 전환점이 될 듯하다. 그렇다면 2009년 이후 세계는 어떻게 변화하게 될 것인가.
박영숙 UN미래포럼을 비롯해 세계적인 미래학자들은 위기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나도 그러한 의견에 동의한다. 자원과 에너지, 환경 문제를 혁신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한 세계경제는 저성장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
물론 각국의 정부가 침체된 경제를 살리기 위해 사력을 다하겠지만 정부의 이러한 노력이 가져올 효과는 매우 제한적이다. 1~2년 정도는 효과가 있겠지만 다시 깊은 저성장과 침체의 늪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많은 미래학자들이 세계 경제가 2011년부터 잠시 호전됐다가 2015년에는 새로운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대안에너지 개발, 세계적인 빈부격차의 완화와 같이 보다 근본적인 기술혁신과 경제 시스템의 변화가 수반되지 않고서는 세계경제가 위기에서 쉽게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다.
알레그리아 사실 지난 수십 년간 경쟁력에 대한 기업들의 관점은 계속 바뀌어왔다.
1950∼60년대에는 대량생산과 표준화, 가격이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잣대였다면 70∼80년대에는 거대시장·제품 이미지가, 90년대에는 시장대응성, 제품의 질과 가치가 경쟁력의 근원이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기업, 제품의 윤리와 소비자의 신뢰가 기업의 경쟁력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더욱이 지구온난화와 같은 환경 문제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현재의 금융위기는 세계경제가 그린 이코노미(green economy)로 갈 수 있도록 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다.
실제로 브라질에서는 2009년부터 모든 기업에 자사 판매 제품의 폐기물을 직접 수거하도록 하고 있다.
금융위기는 브라질에서와 같이 각국의 경제가 그린 이코노미로 전환하는 데 가속도를 붙여줄 것이다.
하인호 한국으로 논의를 국한시켜 보면 한국경제는 이번 금융위기를 계기로 몇 가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즉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 감소, 신동북아(한·중·일·러) 정세불안, 에너지 및 원자재 값 상승지속, 지구온난화 현상과 환경문제의 대두, 저성장으로 인한 일자리 문제 등이 그것들이다.
따라서 한국 정부와 기업은 변화의 방향을 정확히 읽고 이러한 도전에 적절히 대처해 나아가야 한다. 그 어느 때보다 정부와 시민사회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는 때다.
이형구 기자 (lhg0544@ermedi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