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바흐
처칠, 나폴레옹, 고흐도 불면증을 앓았다
kongbak
2008. 11. 2. 07:55
[독서일기](79) 처칠, 나폴레옹, 고흐도 불면증을 앓았다
뉴스메이커 기사전송 2008-09-25 14:16 | 최종수정 2008-09-25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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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만물의 체계 속에 메아리치는 모든 것, 24시간 주기의 리듬·중력·계절 변화가 우리의 일생”을 주조(鑄造)한다. 우리는 평생의 삼분의 일을 잠과 꿈꾸는 일로 보낸다. 당연히 그것들은 우리의 일생을 만드는 데 참여한다. 아주 소수의 종교 근본주의자들 중에는 잠을 악덕이라고 믿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잠을 자지 않는다면 오장육부가 다 망가지고 신경계통에 심각한 장애를 겪을 것이다. 불면증이 계속된다면 죽음에 이를 수도 있다. ‘불면증과의 동침’은 불면증에 시달려온 한 사람이 탐욕스럽게 잠을 쫓아다닌 그 여정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이 책은 불면증 환자의 잠에 대한 끈질긴 구애와 불면증의 본질을 조명한 수면의학 논픽션이며, 동시에 잠을 중심축으로 하는 잠의 현상학과 불면증의 골상학과 함께 제 삶의 얘기를 펼쳐내는 특이한 자서전이기도 하다. “내가 나이 어린 소년일 때부터 대학에 입학한 해까지 아버지는 도시의 주요 음료 공장을 운영했다. 난 크면서 코카콜라를 정말 많이 마셨지만, 지금은 입에 대지도 못한다. 그 모든 당분과 카페인이 내 신경 화학 물질 구조를 변형시켜 지금의 예민하고 불안하기만 한 남자를 만들어낸 것이 아닌지 자주 궁금해진다. 그 물질이 지금까지도 밤중에 내 혈관 속을 흐르며 불면증을 키우고 있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 하지만 이런 나의 엉뚱한 견해는 아직 입증되지 않았다. 성인의 몸 속 카페인의 반감기는 36년이 아니라 4시간에서 6시간이다.” 빌 헤이스는 어린 시절 아버지가 코카콜라 병 공장을 경영했던 탓에 코카콜라를 원 없이 먹고, 그 결과 카페인 중독자가 된다. 빌 헤이스는 한국 전쟁에 참전한 상이 군인인 아버지 밑에서 다섯 누이들과 함께 보낸 어린 시절, 몽유병을 앓으며 수면 장애에 시달렸던 밤들, 종교에 대한 회의와 반항이 싹텄던 사춘기, 동성에 대한 욕망, 마리화나를 피우며 술을 마시고 동성애 상대를 찾아 헤매던 청년기의 괴로운 추억, 에이즈에 걸린 파트너와의 만남, 새로운 인생의 출발… 따위의 개인사를 펼쳐놓는다. 고백체의 어조 속에는 돌이킬 수 없는 시간들에 대한 회한이 드문드문 박혀 있고, 그것들 사이로 잠과 꿈에 대한 과학자들의 연구 성과가 자랑스럽게 흘러간다. 어떤 과학자들은 기억들이 각기 다른 영역의 뇌 속 저장고에 들어갈 때 그 기억이 흘깃 보이는 것이 꿈이라고 말한다. 다른 과학자들은 렘수면이 기억을 정리하는 역할을 맡는다는 이론에 완벽히 동의하지 않는다. 꿈을 꾸는 건 불필요한 기억이 휴지통에 던져지기 전에 찰나적으로 그 형상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말한다. “빛은 눈에서 시각 교차핵으로 여행해 잠을 자려는 자연스러운 힘에 대항하는 경고 신호를 보낸다고 그(에드거 박사)는 설명한다. 복잡한 잠의 작용을 뇌가 연주하기 시작하는 저녁 무렵부터 이런 각성 신호들은 서서히 줄어들게 된다. 어둠, 침묵, 따뜻함, 민족감, 편안함을 뇌줄기의 아래쪽에 둥지를 튼 잠을 유발하는 신경세포를 활성화하는 결정적 요소들이다. 신경 세포들은 이런 요소들에 반응해 서파 뇌활동(徐波 腦活動)을 유발한다.”
한 친구는 불을 끄기 전에 더러운 양말 냄새를 맡아보라고 진지하게 권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민간요법들은 최음제 정도의 효과뿐이었다. 수면제는 몸을 강제로 무의식에 빠뜨린다. 이는 사실이다. 나는 할시온(Halcion), 자낙스(Xanax), 앰비언(Ambien), 리스토릴(Restoril)에 취해본 적이 있다. 이 맛있는 하늘색 알약들 덕분에 잠이 든 적도 많다. 하지만 내 몸은 절대 속지 않는다. 약효로 인한 수면과 자연스러운 잠의 차이점은 정사(情事)와 진실한 사랑의 차이처럼 결국은 드러나게 돼 있다. 그 차이는 눈빛에서 나타난다. 이런 점에서 보면, 잠은 신체적 기능 이라기보다는 하나의 감정처럼 작용한다. 마치 스스로 의지가 있는 것처럼 추적을 불허한다. 잠이 당신을 찾아와야 하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