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이명박 정부와 한국농업의 미래
이명박 정부가 한국농업을 구원할 수 있을까?
연일 뉴스의 중심이 대통령직 인수위에 모아지고 있다. 과거 땡전 뉴스에 버금갈 땡이 뉴스라 할 만하다. 보도에 의하면 정부조직을 15부 2처로 개편 할 것이라고 하는데 농림부는 해수부와 통합해 농수산해양부로 개편 할 모양이다.
애초에 이명박 당선인이 농림부를 식품산업과 연계하여 농업식품부로 전환할 예정이었던 것에 비추어 볼 때 정부 부처 간 의견을 충분히 조정하지 못하고, 농림부와 해수부를 통합하는 선에서 부처 조정을 마무리 할 것으로 보인다. 부처 간 업무 조정이 마무리 되면 농림부의 기능과 조직도 이에 따라 바뀌면서 농업분야도 많은 변화가 예상되는 것이 현실이다. 어떤 변화가 올 것인지는 천천히 하나씩 따져보기로 하고, 먼저 과연 이명박 정부가 위기에 처한 한국 농업을 구원 할 수 있을지를 검토해보자.
결론부터 말하면 과연 잘 할 수 있을까하는 우려가 앞선다(물론 새 정부가 잘 해주기를 바라지만). 왜냐하면 이명박 당선인의 많은 농업공약과 정책이 국외적으로는 비교우위론에 기초한 지속적인 농업개방의 추진과 더불어 국내적으로는 선택과 집중, 시장원리의 본격적 도입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한국 농업이 살아나가자면 소비자인 국민의 요구에 맞게 우리 농업도 변화 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농업이 가지는 시장외적 기능, 다원적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국가가 지금보다 더 많이 농업과 농촌정책에 개입해야 한다. 그런데 이명박 당선인의 농업정책은 시장과 실용만 넘쳐나고 있다.
당장 2월에 있을 임시국회에서 현 정부는 물론이고, 인수위도 한미FTA의 국회비준을 처리할 것으로 보인다. 한미FTA가 체결되면 우리농업이 큰 타격을 입을 것이란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여기에 한중FTA가 추진 중에 있으니 이러한 기조는 이명박 정부가 출범해도 변하기 어려울 것이고, 이러한 정책의 변화가 없다면 농업이 더 어려워 질 것은 뻔한 일이다.
한 가지 사족으로 지난해 유럽에 투쟁하러 가서 느꼈는데 FTA가 WTO보다 훨씬 무섭다. 잘 아는 바와 같이 FTA는 WTO가 난관에 봉착하자 취한 나쁜 사마리아인들의 우회전략이다.
여기까지는 상식이고, 구체적 투쟁의 현장에서 만난 유럽의 진보적 단체와 인사들은 한EU FTA에 대해서 주저하는 빛이 역력했다. 나는 그 곳에서 FTA가 지난날 WTO 반대 투쟁의 전선에서 나쁜 사마리아인들에 맞서 함께 투쟁했던 동지도 가르고 국가마다 입장을 달리하게 만드는 무서운 협정이라는 것을 새롭게 느낄 수 있었다. 아무튼 이명박 정부가 지속적으로 농업부문의 대외개방을 추진하여 농업경쟁력을 강화할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 전쟁에서 경쟁력있는 소수의 농민을 제외하면 과연 누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명박 정부의 농업정책을 국내적으로 살펴보면, 대표적으로 2008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사업 중에 ‘농업경영체 등록제’라는 것이 있는데, 이는 농가별로 농지이용 정보와 축산현황 등을 데이터베이스화해 농가를 관리하는 제도다. 원래는 농가등록제라는 명칭으로 추진이 예정돼있었는데 농민들이 반발하니까 농업경영체 등록제로 이름을 바꾸어 시행하려는 것이다. 소위 농민 개별에 대한 ‘선택과 집중’을 위한 사전 준비 작업이다.
문제는 이러한 이명박 정부의 '시장과 실용'만으로는 결코 한국 농업을 구원 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참여정부의 농업정책이 실패한 것은 시장주의를 시행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그러한 시장정책이 실패한 결과다.
그럼에도 이명박 정부는 오히려 시장주의를 강화해서 문제를 해결하려 할 것이다. 더 많은 대외개방과 선택과 집중을 통한 구조조정으로 농민과 농업의 미래는 더욱 고단해 질 것이 분명하다.
농민운동이 농업을 구원할 수 있을까?
이명박 정부의 시장주의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 할 수 없다면 농민운동은 과연 농업을 구원할 수 있을까? 이 문제에 대해서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금 같은 상황에서 지금과 같은 방법으로는 어렵지 않을까하는 생각이다.
농민운동의 의제가 과거 지향적이며 점차 고립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젊고 새로운 방향으로의 의제전환과 실천적 연대가 없다면 농민운동은 국민적 냉소의 늪으로부터 쉽게 빠져 나 올 수 없을 것이다. 농민운동의 구호가 늘 ‘000을 반대한다!’, ‘000을 저지하자!’로 마감되는 이상 새로운 비전은 없다.
물론 2월 임시국회에서 한미FTA 국회비준을 저지하기 위해 농민운동은 헌신적으로 싸워야 한다. 딜레마다. 쉴 틈을 줘야 대열도 정비하고 평가도 하면서 미래를 설계할 텐데, 시장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이라는 강력한 믿음으로 농업을 압박하는 저들과의 싸움이 힘겨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농부가 밭을 탓 할 수는 없는 법이라 했으니 싸우면서 건설 할 수밖에 없다. 끊임없이 싸우면서 비전을 만들고 국민과 함께 해야 한다.
국민과 함께하는 농업, 희망의 거점을 만들어야한다
농민운동이 농업을 구원하자면 농민운동의 의제와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과거 지향적, 방어적 의제에서 공세적, 미래지향적 의제로 의제의 전략적 노선 전환과 투쟁대상의 과학적 설정이 필요하다. 이러한 농민운동의 의제와 방향 전환이 도시소비자, 젊은 세대, 환경단체, 학계, 진보적 개혁적 시민사회단체들로부터 지지와 호소력 발휘를 가능하게 할 것이다.
첫째, 현재 농업이 가지고 있는 공간적, 세대적, 지역적 고립을 극복하고 도시와 농촌이 연대하고 투쟁할 수 있도록 국민농업을 실현해야 한다.
먹을거리 안전문제, 우리농산물 학교급식과 단체급식, 유기농과 생활협동조합 조직운동, 도시농업 및 주말농장 체험 등을 매개로 도시와 연대하고, 환경친화적 재생에너지, 대체에너지 문제 등을 통해 환경운동 세력과도 연대해야 한다.
둘째, 투쟁의 구호와 방법도 반대가 아니라 대안을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
민주화시대에 대중동원형 물리력행사 시위방식은 국민적 설득력을 얻는 데 한계가 있다. 시위를 하는 목적은 정보전달, 공감대확산, 세력과시 등으로 필요하지만, 물리력행사 시위는 지속가능한 투쟁방법이 될 수 없기 때문에 운동방법의 대안적 접근이 요구된다.
따라서 변화된 상황에 맞는 의제(생명, 환경, 식품안전 등)를 매개로 도시와 농촌의 연대(문제제기와 대안의 구체성, 홍보방법의 현대화), 정책역량강화, 토론회 활용, 대안제시능력강화, 평화시위의 참신한 시위전술 개발 등이 다양하게 모색될 필요가 있다.
한국의 농민들은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반대해서 투쟁해야 한다.
WTO와 한국의 신자유주의자들을 향한 투쟁을 본격적으로 전개해야 한다. 그러나 이는 전략적과제이며 한 번에 쟁취될 수 없는 성질의 문제다.
전략적 승리는 작은 영역의 전술적 승리를 통해 쟁취 될 수 있다. 근본문제를 기회 있을 때마다 끊임없이 제기하지 않거나 문제제기 자체를 피하는 것은 우편향이며, 모든 문제를 WTO와 정권의 탓으로만 돌리는 것은 전략 환원적 좌편향이다.
모든 일은 실천의 단계에 적절한 의제와 구호가 있기 마련이다.
물론 투쟁의 과잉이 문제가 아니라 투쟁의 과소가 문제이며, 근본주의가 아니라 개량이 문제인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지만 운동의 본령은 책임지는 것이며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다. 농민운동은 미래지향적 대안적 삶의 양식을 선도적으로 창출하는 세력으로 거듭나야 한다. 농민운동은 전체 사회변혁과 더불어 지역적으로 ‘희망의 거점’을 구축 확대해가야 한다. 농업은 지난 20여년간 각자의 영역에서 진보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분화한 민족민주운동 세력의 다양한 가치와 실천을 통합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진보적인 영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