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제16계 욕금고종(欲擒故縱)
삼십육계의 제16계는 "욕금고종(欲擒姑縱)" 즉, "궁지에 몰리면 쥐도 고양이를 문다."
퇴로를 완전히 봉쇄하면 상대방은 죽기를 무릅쓰고 반격한다. 그러므로 오히려 퇴각로를 조금 열어주면 적은 세력이 약해져 쉽게 처치할수 있게 된다. 잡기 위해서는 잠시동안 내버려 두어라, 이것이 욕금고종의 의미다.
'욕금고종(欲擒故縱)'은 <삼국지>에서 유래한다. 제갈량이 촉한(蜀漢)정권을 탄생시켰을 때, 맹획(孟獲)이 10만 오랑캐족을 이끌고 촉한 서부지역에 침입하자 제갈량은 맹획 세력을 평정하기 위해 직접 50만 대군을 이끌고 출정했다. 그리고 오랑캐족의 반발심을 사지 않기 위해 병사들에게는 "절대로 오랑캐족을 함부로 죽이지는 말라"고 명령했다. 맹획이 있는 바로 앞산에 진지를 구축한 제갈량은 부하 관색(關索)에게 맹획을 유인해오는 임무를 주었다. 관색이 맹획을 유인하러 갔고, 추격해온 맹획은 결국 포로로 잡히고 말았다. 맹획은 용맹스럽기는 했지만 지략을 갖고 있지는 못했던 것이다. 맹획은 제갈량 앞으로 끌려와서도 조금도 기를 누그러뜨리지 않았다. 그러자 제갈량은 "좋다! 그럼 내일 다시 싸워보자꾸나" 하면서 맹획을 풀어주고 갑옷과 무기도 돌려주었다.
부하 장군들이 "어째서 그를 놓아주십니까?"하고 반발하자 제갈량은 조용히 웃었다. "맹획을 죽이는 건 간단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마음을 굴복시키는 것이오. 오늘 맹획을 놓아준 것은 후일 그를 감복시키기 위해서요."
자기 진영으로 돌아온 맹획은 다시 전열을 정비했다. 그러나 그는 제갈량이 한밤중에 식량창고를 기습할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맹획은 크게 화가 나 창고를 지키던 병사를 엄벌하려 했으나, 오히려 그의 부하들이 쿠데타를 일으켜 맹획을 촉한국에게 넘겨버렸다. 그러나 제갈량은 이번에도 불복하는 그를 석방해주었다. 그 뒤 제갈량은 맹획을 3차례 더 붙잡았고, 그때마다 계속 풀어주었다. 맹획은 다섯번째로 석방된 후 고향인 은갱동(銀坑洞)으로 도망쳤다. 그리고 삼강(三江)변에 진지를 구축해 계속 저항했다. 그러나 맹획을 쫓아온 촉한군은 단숨에 그 진지마저 무너뜨려버렸다. 정공법으로는 도저히 제갈량을 이길 수 없다고 결론내린 맹획은 기습공격을 감행했으나 실패, 역시 또다시 잡혔다가 풀려났다.
이제 맹획은 이를 악물었다. 그러나 어떻게 촉한군을 이긴단 말인가? 그는 고민 끝에 등나무 갑옷부대만 있으면 창,칼을 쉽게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직접 오과국(烏戈國)으로 가 3만 등갑병을 지원받아왔다. 이어진 전투에서 맹획은 위정이 이끄는 촉한군을 물리쳐 개가를 높였다. 하지만 이 보고를 접한 제갈량은 "기름칠한 등나무로 갑옷을 만들어 그렇게 단단하구만"하고 빙긋이 웃기만 했다.
다음날 제갈량은 반사곡(盤蛇谷) 계곡에 작은 출구만 남긴 채 돌을 가득 쌓으라고 명령했다. 그리고 위정을 다시 출정시켰다. 바로 어제 자신에게 혼쭐이 난 위정을 본 맹획은 곧바로 추격했고, 맹획의 등갑부대가 계곡 안으로 들어오자 촉한군은 출구를 큰 바위로 막아버렸다. 그리고 곧 양족에서 불덩이를 굴려 기름칠된 갑옷에 불을 붙였고, 결국 등갑병 대부분은 타죽고 말았다. 간신히 살아남은 맹획은 또다시 붙잡혔다. 제갈량은 사람을 보내 "승상께서 술과 고기를 배불리 먹인 뒤 돌려보내라"고 했다는 말을 맹획에게 전해왔다.
칠종칠금(七縱七擒)의 은혜를 입은 맹획은 마침내 눈물을 흘리고 참회했다. 그리고 다시는 반란을 일으키지 않겠다고 제갈량에게 맹세하게 된 것이다.